교과서대로라면 물가 상승의 상황에서 주식과 부동산은 가치의 증감과 관련 없이 표시되는 가격 자체는 올라야 정상이다. 돈의 가치, 즉 화폐가치가 떨어져서 같은 물건에 대해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실 세계의 물가 상승은 주식과 부동산 가격을 하락시킨다. '금리 인상'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자체는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 되지만, 이 인플레이션의 대책인 '금리 인상'은 반대로 가격을 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엄밀히 따지면 인플레이션 때문에 주식이나 부동산의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인플레이션의 대책인 금리 인상 때문에 자산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이 조금 더 정확한 접근이다.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돈을 빌리기 힘들어지고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니 사고 싶은 물건, 좋은 투자처가 있어도 매입을 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주식이나 부동산도 금리 인상으로 가격이 내려가게 된다.
스타벅스의 로고인 세이렌은 호머의 <일리아드> 서사시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너무나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사람들의 넋을 빼앗고, 마침내 무엇에 홀린 듯 바다로 뛰어들게 만드는 무서운 존재 세이렌. 세이렌이 있는 바다에서 살아남으려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귀를 막아서 아예 노랫소리를 듣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영웅 율리시스는 그 유명한 세이렌의 노랫소리가 너무나 듣고 싶었다. 그래서 부하들에게 자신의 몸을 돛대에 밧줄로 단단히 묶고, 부하들은 촛농으로 귀를 막고 있으라고 명한다. 드디어 세이렌이 출몰하는 바다를 지날 때, 율리시스는 마침내 세이렌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듣는다. 환각에 취한 율리시스는 바다에 뛰어들고 싶어 몸부림을 치면서 부하들에게 당장 빗줄울 풀라고 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촛농으로 귀를 막은 부하들은 율리시스의 고함 소리를 듣지 못했고, 그를 단단히 옭아맨 밧줄 덕에 율리시스는 목숨을 구한다.
율리시스를 살린 것은 그의 강한 의지력이 아니었다. 빗줄이었다. 바다로 뛰어들고 싶었던 그를 단단히 옭아맨 밧줄 덕에 그는 목숨을 구했다. 강제저축 또한 그러한 역할을 한다. 윌급에서 얼마간의 금액이 무조건 빠져나가는 구조를 만들어 놓으면 아무리 소비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월급이 300만원인 직장인이 강제로 200만 원을 저축하거나 투자하거나 보험을 들어놓았다면 그가 소비할 수 있는 돈은 100만 원뿐이다. 100만 원 한도 내에서 한 달을 살아야 한다. 물론 엄청나게 불편한 생활이다. 열심히 일해서 받은 나의 돈인데 마음껏 사용할 수 없다니 너무 가혹한 일 아닌가.
하지만 강제로 투입하는 피 같은 내 월급은 내 돈이 아니라 생각해야 한다. 지금의 나에게는 미안하지만 미래의 내가 고마워할 돈이라 생각해야 한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미래의 당신이 지금의 당신에게 다가와서 분명히 말할 것이다. -덕분에 내가 편하다라고 말이다.
강제저축은 지금의 내가 아닌 미래의 나를 위한 돈이니 내 것이 아니라고 과감하게 잊어버려야 한다. 시간은 금방 지난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더 빨리 흐른다. 고등학교 때는 50분 수업시간이 참 길게도 느껴졌다. 그리고 하루는 왜 그리 길어서 자율학습이 끝나는 오후 9시는 왜 그렇게 오지 않는지. 그런데 어른이 되어 보니 하루는 물론이고 일주일, 1년마저도 금방 지나간다. 생각보다 미래의 나와 금방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 지금의 나를 미워하지 않도록 강제저축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