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21년까지 중국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연간 점유율 추이를 한번 살펴보자. 이를 보면 K 배터리의 위상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원래 배터리의 최고 강자는 일본이었다. 최초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한 곳이 1991년 소니였고, 기술력에서 늘 우리나라를 한 발 앞섰던 게 일본이었다. 그러던 것이 2020년을 기점으로 한국 52.4% 대 일본 33.5%로 역전했다. 2021년, 2022년으로 갈수록 한일 간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반면 2019년까지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중국이 2020년 12.6%, 2021년 16.9%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키웠고, 2022년에는 20%대 선을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중국 외에서도 CATL 등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현상은 보다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2년 CATL이 중국 외 시장예서 점유율을 넓힌 것은 CATL 배터리 제품의 경쟁력이 우수해서가 아니라 중국 정부의 지원이라는 비경제적 이유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중국 밖에서 CATL의 배터리를 사용하는 곳은 테슬라와 벤츠다. 테슬라는 생산과 판매의 과반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벤츠의 1대, 2대 주주는 각각 10% 수준의 지분을 가진 중국의 국영 자동차그룹 상하이기차공업총공사와 저장지리홀딩 그룹의 지리자동차다.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적이거나, 중국 기업의 입김이 강한 곳에 CATL의 배터리를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것이라 봐야 한다.
CATL 배터리의 성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벤츠의 전기차 EQS, EQE 사례다. 1, 2대 주주가 중국 기업이고, 벤츠를 가장 많이 사주는 해외 국가가 중국이다 보니 벤츠는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중국정부의 숙원인 CATL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벤츠의 전기차 중에서도 고가의 모델인 EQS, EQE에 CATL의 NCM 배터리를 채택하였다. 그런데 CATL의 NCM 배터리는 K 배터리에 비해 현저히 성능이 떨어진다. 그 결과 EQS, EQE 모델의 판매가는 1억 원을 넘어서는 데에도 그에 맞는 퍼포먼스를 구현하지 못하다 보니 소비자의 철저한 외면을 받아 아주 처참한 판매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최근 EQS 판매가격을 무려 4,000만 원이나 낮춰서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