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전기차의 시대다. 도로에서 테슬라 모델3,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 전기차를 쉽게 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다음에 차를 산다면 전기차를 산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최근 몇 년 동안 일어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전기차가 최근에 등장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전기차의 역사는 내연기관차의 역사보다 오히려 더 오래되었다. 그리고 이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배터리, 이차전지 산업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스코틀랜드의 발명가 로버트 앤더슨이 최초의 전기차 '원유전기마차'를 발명한 때가 1834년이다. 이는 독일의 니콜라우스 오토가 1864년 최초의 내연기관을 발명한 것보다도 무려 30여 년이나 앞선 일이다. 상용화가 먼저 시작된 것도 전기차였다. 1881년 파리 국제전기박람회에서 구스타프 트루베가 삼륜전기자동차를 내놓았고 이는 대중의 주목을 끌었다. 당시 내연기관차는 차 밖에서 크랭크를 돌려서 시동을 걸어야 했다. 전기차는 이런 불편함이 없었기에 상류층 여성 고객들이 주요 소비자였고, 이에 마담들의 차로 불렸다. 당시 전기차의 가격은 1,000달러 정도였다.
이어 독일에서 전기차 포르세P1이 개발되었다. 이 자동차는 최고 시속 35 km로 한 번 충전에 80 km를 달릴 수 있었다. 이후 1897년에는 뉴욕에서 전기택시 공급이 시작되었고 1900년 당시 뉴욕에만 2,000여 대, 미국 전역에서 한때 3만여 대 이상의 전기차가 운행되었다. 프랑스에서는 전기자동차를 소방차로 사용하기도 했다.
잘 나가던 전기차 시대를 끝낸 사람이 바로 '자동차 왕' 헨리 포드다. 1908년 헨리 포드가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대량 생산 방식으로 모델T형 차를 내놓으면서 자동차 산업에 일대 혁명을 가져온다. 헨리 포드에 의해 내연기관차의 가격이 내려가고, 여기에 1920년대 텍사스에서 대형유전이 개발되면서 가솔린 가격마저 저렴해지자 전기차는 급속히 경쟁력을 잃게 된다.
당시의 전기차 충전은 느리고 불편했다. 충전소 숫자도 적었거니와 현재와 같은 급속충전 기술 등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하루 종일 충전해도 80km 정도밖에 갈 수 없었다. 여기에 무거운 배터리 중량, 내연기관차 대비하여 월등히 비싼 가격 등의 단점이 부각되면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의 경쟁에서 패배했고. 이후 100여 년 동안 무대 뒤로 밀려나게 된다.
요점은 이것이다. 전기차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전기차가 역사에서 일시적으로 사라졌던 것은 전기차를 만드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배터리 기술이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다시금 전기차가 대세가 된 것은 테슬라와 같은 기업이 전기차를 잘 만들어서가 아니라 LG 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비엠과 같은 K배터리 업체들이 배터리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덕분이다. 전기차만이 아니라 스마트폰, 노트북, 재생에너지 산업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은 배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