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장사는 이익을 위해 물건을 사서 파는 행위고 사업은 지속적으로 경영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내가 하는 사업이 장사냐 사업이냐를 구분할 때 기준은 사업의 규모가 아니다. 장사와 사업을 나누는 주요한 특징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일에 대한 능력이다.
사장의 업무 능력이 직원들보다 뛰어나면 장사고, 직원들이 사장보다 뛰어나면 사업이다. 장사의 영역에 머무는 회사의 특징은 사장이 직원들보다 모든 업무를 월등하게 잘해서 모든 직원을 가르치는 입장에 있다. 직원들보다 테이블도 야무지게 잘 닦고, 음식도 잘 만들고, 홍보도 잘하면 장사다. 직원들보다 엑셀도 잘 다루고, 컴퓨터도 잘 고치고, 포스터 디자인도 잘하면 장사다. 직원들보다 지게차도 잘 다루고, 근무 시간표도 잘 짜고, 구매 흥정도
잘하면 장사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다재다능하고 성실하고 유능한 리더로 알고 있지만 결국 혼자 일하고, 자신을 대신할 인재를 키우지 못하고 아무도 믿지 못하는 사람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절대 사업의 영역으로 넘어가지 못한다.
반면, 사장 자신을 넘어 직원들 각자 고유의 영역에서 전문적 능력을 더 잘 발휘하게 만들어 주고 키워 내는 사람은 사업가다. 메뉴 개발은 김 대리가 나보다 잘하고, 디자인은 이 과장을 따라갈 수 없고 박 팀장의 기획력은 믿을만하고, 비품 관리는 신입 직원이 기가 막히게 하면 그는 사업을 하는 사장이다.
회사 안의 특정 영역에서 사장보다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뜻은 사장이 그들을 인정하고 믿어줬고 그 일에 자부심을 느끼도록 독려했다는 뜻이다.
둘째, 시장의 규모다.
사업체의 가장 큰 경쟁자가 나와 가깝게 있다면 장사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다. 내 주요 경쟁자가 내 동네 골목에 있는지, 우리 도시인지, 내 나라 전체인지, 전 세계 어느 나라의 어떤 회사인지에 따라 사업은 확장성을 가진다.
세탁소라면 골목에서 1등이 최종 목표다. 미용실이라면 그 동네에 있는 미용실이 경쟁자다. 입시학원이라면 그 도시의 모든 학생들이 고객이다. 출판 사업이라면 그 나라에 있는 모든 출판사가 경쟁자다. 제조업을 하는 사람이면 전 세계가 모두 경쟁자다. 이렇듯 내 경쟁자가 나로부터 멀리까지 존재할 때 내 회사가 장사가 아닌 사업의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사업의 확장성이 업종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사장 욕망의 크기에 있다는 점이다. 세탁소라도 세탁소를 수백 개 오픈하는 것이 꿈이라면 그의 경쟁자는 전 국가에 퍼져 있는 셈이다. 입시 학원도 프로그램을 갖추고 체계화시키면 전국에 같은 학원을 오픈할 수 있으니 경쟁자는 전국에 있다. 그러므로 사장은 자신의 경쟁자가 전국 혹은 전 세계에 존재하도록 최종 목표를 둬야 한다. 내 경쟁자가 내 동네와 내 도시에만 존재하면 나는 평생 노동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셋째, 수입을 만드는 방식이다.
장사를 하는 사람은 수입을 자신의 노동력에서 만들어 낸다. 일반적으로 성실한 오너 사장은 일반 직원들 3명 몫까지 인건비를 대신한다. 내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성실한 사장의 말로는 뭉그러진 무릎과 휘어진 허리를 갖게 될 뿐이다. 회사가 적자를 벗어나는 순간부터는 몸이 아니라 아이디어로 즉, 생각으로 돈을 벌겠다고 방향을 바뀌야 한다. 몸으로 버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생각으로 버는 돈은 무한하기 페문이다. 성실해서 부자가 되는 크기는 정해져 있다. 따라서 작은 부자는 몸에서 나오고 큰 부자는 생각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