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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 - 될놈될 편

행복한부자 피터팬 2023. 5. 23.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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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에 그동안 강호에 비기로 떠돌던 <세이노의 가르침>이 정식 출판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도서관에 경건한 마음으로 예약을 걸어두었다. 그리고, 드디어 개정판을 읽어보게 되었다.  그중에서 저자께서 예를 들어주신 일명 '될놈될' 편을 몇 자 적어보려 한다.

 

 

나(세이노)는 자가용 기사를 한두 명 겪어 본 사람이 아니다. 연봉 2천만 원을 주건 3천만 원을 주건 간에 보통의 자가용 기사의 경우 "목적지까지 잘 모셔다 드리고차량 관리만 잘하면 되었지 뭐가 더 필요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목적지까지 잘 모신다는 기준은 순전히 자기들 기준이며 차량 관리 수준 역시 자기들 판단에 근거한다. 


약 십수 년 전 기사 한 명을 새로 채용하였다. 그 시절에 나는 언제나 신경이 날카로웠다. 보통의 직원들은 사장에게서 야단을 맞으면 열굴이 하루 종일 굳어 있다. 하지만 그는 내가 별것도 아닌 일에 불덩이같이 화를 내였어도 5분 후에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하였다. "사장님. 약속 장소에 가실 시간입니다." 그는 자신이 아는 길이어도 지도를 미리 보고 샛길들을 확인하였다. 그런 태도를 보고 <막히면 돌아가라>라는 책을  사다 주었더니 그는 너무도 좋아하였다. 대부분의 기사들은 길이 막혀 차가 꼼짝달싹 못 하면 "이게 내 탓이냐?"는 태도를 보였지만 그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사장님, 저 옆 골목으로 한번 가 보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물론 나는 언제나 찬성이었다.

그는 오후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음에도 *오후에 비가 안 올 수도 있다고 하면서 차를 닦아 놓았다. 그것도 완벽하게 닦아 놓았다. 대부분의 자가용 기사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는 내가 권하는 책들을 다 읽었고 심심하다고 기사 대기실에서 화투를 치지도 않았다. 우선은 차량을 최선을 다해 관리하였고 남은 시간에는 나이 어린 여직원들에게 도와줄 일이 없냐고 묻는 사람이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기 돈으로 차량정비 서적을 사서 공부하는 기사를 나는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만난 적이 없다.


1년 정도가 지난 후 나는 새로 기사를 구하고, 대다수 입직원들의 상당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를 그 당시 연 매출 400억 원대 회사의 영업부 과장직에 앉혔다. 반대가 극심하였던 이유는 내가 왜 그를 영업부 과장직에 앉히려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가 내게 아부를 잘해서 내가 그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오해하기도 하였지만, 나는 그가 너희들하고는 일하는 근본 자세가 다르다는 말만 했을 뿐이다.

3개월 정도가 지나자 모든 거래처에서 그의 사람 됨됨이를 칭찬하는 말이 들려왔다. 6개월 정도가 지나자 더 이상 회사 내에서 그의 자질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다시 1년 후, 그는 사표를 들고 나를 찾아왔다. 돈을 어떻게 버는지를 알았다고 하면서 말이다. 나는 정말 기쁜 마음으로 그를 내보냈다. 몇 년 후 그가 업소용 김치 납품 공장을 아내와 함께 운영하고 있음을 들었다. 직원이 10여 명 된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